외국인환자 유치를 잘하고 싶어서 만든 블로그
캐즘 마케팅으로 본 팬데믹 전후의 외국인환자 유치외국인환자 유치

캐즘 마케팅으로 본 팬데믹 전후의 외국인환자 유치

LEO ·

핵심 요약

  • 외국인환자 실환자는 2009년 약 6만 명에서 2019년 약 50만 명으로 늘었다. 팬데믹을 거친 뒤에는 2023년 약 61만 명, 2024년 약 117만 명, 2025년 약 201만 명으로 확대됐다.
  • 팬데믹 이후 고객은 늘고, 시장은 커졌는데 사업은 더 어려워졌다. 이제 외국인환자들은 우리 같은 외국인환자 유치 중개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 나는 팬데믹 이후의 변화를 외국인환자 유치시장이 초기 고객 중심에서 주류 고객의 선택을 얻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 내가 더할 가치는 병원 정보를 전하는 일에서, 고객이 선택한 진료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고 연결하는 일로 옮겨갈 수 있다.

내가 막 외국인환자 유치를 시작했던 2009년에는 외국인에게 한국 의료서비스를 소개하고 고객의 선택을 받는 일이 지금보다는 수월했다.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K문화와 K뷰티가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아졌고, 당시 중국 중의사 출신이라는 내 배경도 중개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이었다. 그렇게 10년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유치업을 해왔다.

외국인환자 실환자는 2009년 약 6만 명에서 2019년 약 50만 명으로 늘었다. 팬데믹을 거친 뒤에는 2023년 약 61만 명, 2024년 약 117만 명, 2025년 약 201만 명으로 확대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환자는 분명 내가 처음 시작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늘었다.

연도별 외국인환자 실환자 수(의료기관별 실인원, 복수진료 횟수 제외)
출처: 보건복지부, 2025년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보도자료(2026-04-24) 붙임 통계

팬데믹 이후 고객은 늘고, 시장은 커졌는데 사업은 더 어려워졌다. 이제 외국인환자들은 우리 같은 외국인환자 유치 중개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전처럼 한국 의료서비스라고 무턱대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고객이 이미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오니, 병원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내가 더해 줄 수 있는 가치가 줄었다고 느낀다.

이제 이 시장은 분명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것과는 다르다. 변화한 이 시장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은 기존 이용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혁신적 기술이 초기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문제를 다룬다. 특히 초기 수용자와 전기 다수 수용자 사이에서 구매 이유가 크게 달라진다고 봤다. 앞선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더라도 다음 고객을 설득하는 근거는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시장캐즘주류시장
혁신 수용자2.5%기술 애호가초기 수용자13.5%선각자전기 다수 수용자34%실용주의자후기 다수 수용자34%보수주의자지각 수용자16%회의론자
기술 수용 주기와 캐즘. 비율은 로저스의 혁신 확산 모형 값이고, 아래 작은 글씨는 무어가 붙인 고객 이름이다.
출처: 제프리 무어, 『Crossing the Chasm』의 기술 수용 주기 그림을 다시 그림
  • 혁신 수용자(Innovators): 새로운 가능성을 가장 먼저 탐색한다
    •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무어가 기술 애호가라고 부른 고객은 기술 자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가능해지는지에 관심이 크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선택지에도 먼저 관심을 갖는다.
  •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s): 새로운 선택으로 얻을 변화를 본다
    • 혁신 수용자의 뒤를 이어 남들보다 일찍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기술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그것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한다.
  •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자기 상황에서 쓸 만한지 검증한다
    • 평균보다 조금 먼저 받아들이지만 충분히 검토한 뒤 움직인다. 무어가 말하는 실용주의자다.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고객이 이용했는지, 실제 문제를 해결했는지, 비용과 이용 과정이 감당할 만한지 확인하려 한다.
  • 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 널리 쓰이고 이용 조건이 갖춰진 뒤 움직인다
    • 평균보다 늦게 받아들이는 고객이다. 주변의 보급과 사회적·경제적 필요가 선택에 영향을 준다. 무어는 기존 방식을 오래 유지하려는 보수적 고객으로 설명한다. 앞선 고객의 검증에 더해 고객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 절차와 지원, 받아들일 만한 비용을 중요하게 본다.
  • 지각 수용자(Laggards): 익숙한 방식과 과거 경험을 우선한다
    • 해당 혁신을 가장 늦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기존 방식과 과거 경험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무어의 설명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약속하는 효용에 회의적인 고객이다. 단지 나이가 많거나 구매력이 낮은 사람을 뜻하지는 않는다.

외국인환자 유치에서는 ‘한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선택’을 놓고 이 구분을 생각한다. 다만 한국 의료를 처음 이용했다고 모두 초기 수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이미 널리 이용하는 것을 확인한 뒤 처음 방문할 수도 있다. 초기 수용자라는 말도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감수한다는 뜻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초기 고객과 주류 고객의 선택 이유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 경험을 여기에 대입해 보면, 2009년부터 팬데믹 전까지 만났던 중화권 고객은 한국 의료라는 선택지에 먼저 관심을 가진 초기 고객층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겠다. 내 배경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소개하고 선택받기 쉬웠던 시기다. 나는 팬데믹 이후의 변화를 외국인환자 유치시장이 초기 고객 중심에서 주류 고객의 선택을 얻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내가 만나는 고객은 내가 설명하기 전부터 시술 정보를 많이 알아보고 온다. 이런 고객을 상대하는 내게 전기 다수 수용자의 기준은 참고할 만하다. 한국 의료가 좋다는 설명에 더해, 자기 상황에서 왜 그 병원을 선택할 만한지가 중요해진다. 어떤 진료를 하는지, 방문 전에 무엇을 확인할 수 있는지, 비슷한 조건의 사람은 어떻게 이용했는지 같은 내용이다.

외국인환자들은 서로 방문 목적과 조건이 다르다. 여행 중 진료를 계획하는 사람과 치료를 위해 장기 체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원은 다르다. 내게도 어느 고객의 선택과 준비 과정을 먼저 이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시장은 커져도, 그 안의 모든 소비자가 내 고객이 되지는 않는다.

무어가 말하는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은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핵심 제품에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갖춘 것이다. 외국인환자 유치에 대입하면 병원과 진료를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진료를 이용하는 데 무엇이 더 필요한지 살펴보는 일이다.

많이 알아보고 온 고객에게도 예약이나 방문을 준비하면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내가 먼저 이해하려는 고객에게 상담, 병원 확인, 예약과 방문 지원 중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봐야 한다. 진료와 고객의 상황에 따라서는 귀국 후 병원과 소통할 방법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더할 가치는 병원 정보를 전하는 일에서, 고객이 선택한 진료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고 연결하는 일로 옮겨갈 수 있다.

한국 의료를 소개하고 선택받기 쉬웠던 경험이 내게는 익숙하지만, 그 기준만으로 지금의 고객을 이해하기는 당연히 어렵다. 고객이 달라졌으니 하루빨리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히 알아보고 오는 고객에게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