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재구매 없는 시장에서 무엇을 쌓을 것인가
지난 글에서 나는 외국인환자를 한 명 데려오는 획득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거기엔 더 아픈 짝이 있다. 비싸게 데려온 그 한 명이, 두 번 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
국내 환자라면 좋은 경험을 하면 다시 온다. 단골이 되고, 소개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사람에게서 거두는 가치가 쌓인다. 그런데 외국인환자는 시술 한 번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국내 환자만큼 자연스럽게 다시 오기가 어렵다. 거리도 비용도 있으니, 한 번의 방문으로 관계가 사실상 마무리되기 쉽다. 비싸게 데려왔는데, 그 관계가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이 구조 위에 서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그럼 더 많이 데려오면 되지.”
나도 오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틀린 답이라는 걸, 부딪히면서 알게 됐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붓는 일
재구매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시장에서 “더 많이”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붓는 일이 되기 쉽다.
한 명당 비싸게 데려오는데, 그 한 명에게서 대체로 한 번밖에 못 거두고, 그마저 관계가 이어지기 어렵다면 — 아무리 많이 부어도 독은 차지 않는다. 유입을 두 배로 늘리면 비용도 두 배로 늘 뿐, 남는 게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물을 붓는 속도(유량)를 아무리 올려도, 독이 새고 있으면 물은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데려올까”가 아니라, “환자가 떠난 뒤에, 무엇이 남는가.”
한 명 한 명은 대체로 한 번 오고 떠난다고 치자. 그건 이 시장의 성질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 무엇이 쌓이느냐가 전부다. 아무것도 안 쌓이면 나는 매번 0에서 다시 시작한다. 무언가 쌓이면, 다음 한 명은 조금 더 싸고 조금 더 쉬워진다.
이게 내가 요즘 붙들고 있는 진짜 질문이다. 유량이 아니라 저량. 얼마나 흘려보냈나가 아니라, 얼마나 고였나.
가치는 어디서 새고, 어디서 쌓이는가
그럼 왜 지금은 아무것도 안 쌓이는가. 나는 그 이유가 가치가 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지금 이 시장의 흔한 그림은 이렇다. 누군가 중간에서 환자를 병원에 소개하고, 소개가 끝나면 그 환자는 병원의 고객이 된다. 관계도, 데이터도, 다음에 또 올 가능성도 전부 병원 쪽으로 넘어간다. 중간에 있던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치가 “넘겨주는 순간” — 그 이음새에서 새어 나간다.
한 번의 거래가 끝날 때마다 관계가 초기화된다면, 복리는 절대 붙지 않는다. 복리는 남아 있는 것 위에만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생각은 단순해졌다. 새는 자리를 막고, 쌓이는 자리를 만든다. 가치를 넘겨주는 엣지가 아니라, 남아서 축적되는 중심에 둔다. 한 사람이 떠나도 그 사람이 지나간 흔적 — 배움과 신뢰와 관계 — 은 중심에 남게.
말은 쉽다. 그럼 구체적으로 뭐가 쌓인다는 건가. 나는 요즘 이걸 다섯 가지로 정리해두고 있다.
1. 신뢰. 한 명의 환자는 떠나도, “이 사람은/이 시스템은 믿을 만하더라”는 평판은 남는다. 이건 다음 사람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신뢰는 한 번 쌓이면 다음 획득비용을 낮춰주는, 몇 안 되는 복리 자산이다.
2. 이해(데이터). 어떤 경로로 온 사람이 실제로 오고, 어떤 채널은 반응이 없었고, 어디서 사람들이 망설이는지 — 이건 한 건이 끝날 때마다 쌓인다. 열 번째 시도는 첫 번째 시도보다 훨씬 정확해야 한다. 그게 안 되고 있다면, 배움이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뜻이다.
3. 관계. 환자와의 관계는 끊겨도, 함께 일한 병원·파트너와의 관계는 남을 수 있다. 한 번의 협업이 다음 협업으로 이어진다면, 사람이 아니라 파트너망이 복리로 쌓인다.
4. 시스템/인프라. 한 명을 데려오려고 만든 과정이 그 한 명에게만 쓰이고 버려지면 매번 맨손이다. 하지만 한 번 만든 걸 재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남기면, 두 번째 환자의 비용은 첫 번째보다 낮아진다. 인프라는 정의상 “한 번 짓고 여러 번 쓰는 것”이다.
5. 기록.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렇다. 오늘의 시도와 오판을 적어두면, 그건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음 판단의 밑돌이 된다. 솔직한 기록은 시간이 갈수록 값이 오르는 몇 안 되는 자산이다.
이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하나다. 환자 한 명이 떠나도 남는다는 것. 그리고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위에 다음 것이 얹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