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환자 유치를 잘하고 싶어서 만든 블로그
메모

열 번째 시도는 왜 첫 번째보다 정확해야 하나.

LEO ·

왜 매번 0에서 시작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외국인환자 유치를 해보겠다는 많은 시도가 매번 첫 번째 시도처럼 보인다. 지난달에 한 것과 이번 달에 하는 것이 별로 다르지 않다. 광고를 한 번 돌리고, 반응이 시원찮으면 접고, 다음에 또 비슷한 걸 처음부터 다시 한다. 채널을 바꿔도 접근은 똑같고, 대개는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자”는 기분만 다르다.

이상하지 않은가. 열 번을 했으면 열 번째는 첫 번째보다 훨씬 나아야 정상이다. 무엇을 열 번 반복하면 대체로 그 열 번째는 능숙해진다. 그런데 유치에서는 현실적으로 열 번째도 첫 번째만큼 서툰 경우가 많다. 나는 그 이유가 재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배움이 새고 있어서다.

한 번의 시도가 끝날 때마다 무언가를 알게 된다. 어떤 경로로 온 사람이 실제로 문의를 했고, 어떤 채널은 돈만 쓰고 조용했고, 사람들이 정확히 어디서 멈칫했는지. 이건 값진 정보다. 사실 그 시도에 들인 돈과 시간의 진짜 대가는, 데려온 몇 건이 아니라 이 배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아무 데도 안 남고 흩어지면, 다음 시도는 그 정보 없이 또 감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열 번을 해도 지식이 안 쌓인다. 매번 0이다. 값은 다 치렀는데 물건은 안 챙겨 오는 셈이다.

학습이 새는 세 군데

배움이 어디서 새는지 나름대로 짚어보면 세 군데다.

1. 애초에 기록을 안 한다. 가장 흔하다. 광고를 돌리긴 하는데 “이번엔 좀 됐다 / 안 됐다”는 느낌만 남고, 무엇이 됐는지는 안 적는다. 느낌은 다음 달이면 흐려지고, 흐려진 느낌 위엔 아무것도 못 쌓는다. 더 나쁜 건, 흐려진 느낌은 종종 사실과 다르게 기억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별로였던 채널이 “그때 괜찮았던 것 같은데” 하는 인상만 남아, 다음에 또 거기에 돈을 붓는다.

2. 결과는 보는데 과정을 안 본다. 문의가 세 건 왔다는 결과는 센다. 그런데 그 세 건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모른다. 결과 숫자만 있고 원인이 비면, 다음에 그걸 재현할 수가 없다. 잘된 걸 다시 못 하고, 못된 걸 또 반복한다. 매출은 보는데 그 매출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는 상태 — 이건 운이 좋았을 때 가장 위험하다. 왜 됐는지 모르면, 그 운이 떨어졌을 때 되돌릴 방법이 없다.

3. 각자 머릿속에만 있다. 이건 한 명이 아니라 팀·파트너와 일할 때 새는 자리다. 누구는 이 채널이 됐다고 알고, 누구는 저 경로가 안 됐다고 아는데, 그게 한곳에 모이지 않으면 조직 전체로는 아무것도 학습되지 않는다. 각자는 조금씩 아는데 전체로는 모른다. 그리고 사람이 나가면 그 사람 머릿속의 배움도 같이 나간다. 남는 건 다시 백지다.

그래서 무엇을 적는가

말은 쉽다. 그럼 구체적으로 뭘 남기라는 건가. 나도 아직 정리 중이지만, 지금 붙들고 있는 최소한은 이렇다.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한 시도가 끝날 때마다 세 가지를 적는 것에 가깝다.

  • 경로: 이 문의(혹은 이 반응)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가. 어떤 채널, 어떤 글, 어떤 접점. “그냥 온라인에서”가 아니라 짚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재현하려면 짚을 수 있어야 한다.
  • 반응 없음: 무엇이 조용했는가. 돈이나 시간을 썼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 이게 오히려 더 값지다 — 안 되는 걸 지우는 게 학습의 절반이다. 그런데 성공만 기억되고 이 ’조용했던 것’은 가장 먼저 잊힌다. 그래서 일부러 적어야 한다.
  • 망설임 지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다가 정확히 어디서 멈칫하고 돌아섰는가. 문의는 왔는데 예약으로 안 간 지점, 대화가 끊긴 지점. 그 지점이 다음에 고칠 곳이다. 되는 걸 늘리는 것만큼, 새는 곳을 막는 게 중요하다.

핵심은 도구가 아니다. 스프레드시트 한 장이면 충분하다. 화려한 대시보드나 비싼 툴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이번에 알게 된 걸 다음 사람(혹은 다음 달의 나)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남겼는가” 하나다. 남겼으면 열 번째 시도는 아홉 번의 배움 위에서 시작한다. 안 남겼으면 매번 맨손이다.

기록이 복리로 바뀌는 순간

이걸 왜 이렇게까지 강조하느냐 하면, 기록은 저 다섯 가지 중에서도 복리 효과가 가장 빨리 눈에 보이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한 줄이 쌓이면 두 번째 시도가 조금 정확해진다. 열 줄이 쌓이면 이제 패턴이 보인다. “아, 이 경로는 세 번 다 조용했네” “이 지점에서 늘 멈추네”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백 줄이 쌓이면 그건 남이 쉽게 흉내 못 내는 자산이 된다. 같은 광고비를 써도 나는 무엇이 될지를 어느 정도 알고 시작하고, 남은 감으로 시작한다. 이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앞 글에서 말한 “중심에 남는 것”이 실제로 복리가 되어 돌아오는 가장 구체적인 예가 이 기록이다.

안 되는 것도 자산이다

한 가지 더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이 기록에서 가장 값진 항목은 대개 “안 된 것”이다.

성공은 어차피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다. 문제는 실패다. 조용히 안 된 채널, 반응 없던 시도는 적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래서 몇 달 뒤에 똑같은 걸 또 시도한다. 같은 벽에 두 번, 세 번 머리를 박는다.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길은 적어두는 것 하나뿐이다. 적어둔 실패는 다음에 안 가도 되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가 되고, 안 적은 실패는 그냥 반복된다.

이게 이 블로그가 실패한 테스트와 반응 없던 채널까지 공개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 된 걸 솔직히 남기는 게, 나에게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다음 시도의 밑돌이 된다고 믿는다. 잘된 것만 골라 보여주는 자리는 이미 많다. 안 된 것을 남기는 자리가 오히려 드물고, 그래서 값지다. (물론 남의 데이터나 이름은 동의와 익명화의 선 안에서만 다룬다. 그리고 결과는 환자의 시술 성과가 아니라 구조·운영의 숫자로만 말한다. 이건 고정 규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