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완벽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고치기만 한다. 한 줄을 쓰고 열 번을 다시 읽는다. 제목을 바꾼다. 문장을 깎는다. 그러다 발행 버튼 앞에서 손이 멈춘다. 아직 부족하다.
그 성격대로라면 이 블로그는 열리지 않았다. 완벽을 기다리는 사람의 서랍에는 완성된 원고가 쌓이지 않는다. 미완의 원고만 쌓인다.
완벽은 오지 않는다
기다린다고 완벽이 오지는 않는다. 붙들고 있는 동안 원고는 무거워진다. 하루가 지날수록 손대기가 겁난다. 완성도는 조금 오르고, 그 대가로 반응과 배움과 시간을 잃는다. 셈이 맞지 않는다.
완벽을 기다리는 자리는 안전하다. 내놓지 않으면 틀릴 일도 없다.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서랍 속 원고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없는 것과 같다.
도착지가 아니라 방향
그렇다고 대충 내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반대편 낭떠러지다. 완벽을 버리는 게 아니라 완벽의 자리를 옮긴다. 도착지에서 방향으로.
집을 다 지어놓고 사람을 들이는 목수가 있고, 사람을 들여놓고 벽을 세우는 목수가 있다. 나는 후자가 되기로 했다. 완성된 집은 없다. 살기 시작해야 어디가 새는지 안다.
미완으로 내놓는다
이 블로그가 그 증거다. 지금 읽는 이 화면은 완성본이 아니다. 어제 없던 것이 오늘 있고, 오늘의 것이 내일 바뀐다. 완벽해서 연 것이 아니다. 미완인 채로 열기로 했기 때문에 열렸다.
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오는 것은 내놓은 뒤의 일들뿐이다.


